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 사태'를 겪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 아이 1명을 낳지 않는 부부가 많다는 뜻이다.
저출산 문제의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돈'이다.
지난 2월 한 맘카페에는 "맞벌이 부부 현타왔어요"란 제목의 여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에 따르면 부부 두 사람의 연봉은 총 1억 3천만원 정도, 세금을 떼고 월 실수령액은 780만원 정도다. 아이를 하나 키우고 있는데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에도 빠듯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한 명 월급으로 대출 갚고 다른 한 명 월급으로 생활한다. 갚아도 갚아도 빚이 줄지 않는다. 숨만 쉬어도 300~400만원은 나가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둘째 고민 중이었는데, 생활비 계산하다 보니 둘째 생각 싹 들어갔다"고 하소연했다.
현실에서는 A씨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더 많다. 결과적으로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찬 사람들이 대다수란 이야기다.
다만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바람은 높다.
지난 2월 22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최슬기 교수는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22)'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65.7%, 미혼 여성의 47.3%가 결혼을 희망했다. 연애 중으로 한정한다면 남성의 74.3%, 여성의 66.2%가 결혼을 원했다.
응답자들(미혼·기혼 모두 포함)이 원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09명이었다. 미혼자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1.96명으로 2명에 가까웠다.
최 교수는 '이상과 실제가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는 청년 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 0.78명과 이상적인 자녀 수 2.9명,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