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도입, 5년 만에 사라져 추경호 “최대 500만원 공제 필요” 법안 발의… 조세 형평성 논란도
지난 4월 국민신문고에는 ‘연말정산 때 결혼식 비용을 특별소득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제안이 올라왔다. 제안 작성자는 “결혼은 출산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만큼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 출산 장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저출산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비용 결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 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결혼식 비용을 소득공제해 주는 것이 혼인과 출산을 장려한다는 주장과 공제 혜택을 우후죽순 늘리는 것은 조세 형평성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 비용은 2004~2008년 한시적으로 연말정산에서 공제된 적이 있었다. 당시 총 급여액 2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혼인이나 장례, 이사할 때 드는 비용을 근로소득금액에서 100만원씩 공제받았다. 제도 도입 5년 만인 2008년 실효성 없는 특별공제를 간소화하자는 차원에서 공제는 사라졌다.
이후에도 결혼식 비용 공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다. 2017년 기획재정부는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이 5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결혼하면 50만원을 세액공제해주는 ‘혼인 세액공제’를 2019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냈다. 이 개정안은 소득 한도를 넘지 않는 남녀가 결혼하면 50만원씩 모두 100만원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제를 해주더라도 실질적으로 혼인율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도입은 무산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2020년 8월 의정 활동을 하며 혼인 비용을 공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본인 또는 자녀가 혼인할 경우 그 비용을 해당 과세기간의 종합소득금액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감면되는 세액은 30만~21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혼인비용 공제가 시행되면 연평균 1505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소득공제로 혜택을 받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이 감면되는 역진성이 있는 데다 비교적 중산층 이상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4일 “혼인을 장려하려면 상당한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데, 공제로 그 정도 효과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금 감면이 혼인율과 출산율 제고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이 유독 출산율과 혼인 건수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초저출산 시대의 대책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혼식 비용 공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